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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은 수식이야
등을 자주 보이는 사람 따라가지 마라지만
우리가 모르는 무언가 있을 것 같았어요
반쯤이 공허라 해도
또 반쯤이 모호함이라 해도
우린 사실 그곳에 도착한 적이 있어요
언제까지나 늙지 않을 것처럼 뒤를 미루지만
달리 보여줄 게 없을 때
보게 될까 두려울 때
등이라도 내밀어야 했다는 것
무엇으로도 말 할 수 없는,
말해도 닿을 수 없는,
수식이라면 왜 뒤에 두었겠어요
다 알게 되더라도 굳이 드러내고 싶지 않은
비참도 있는 것
먼 불빛도 다가가보면 내 집이듯
등은 그런 먼 불빛 아닌지요
(그림 : 정종기 화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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