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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아무도 듣지 않는 이야기를 하고 싶어서
아무도 듣지 않는 이야기를 할 수 없어서
만나는 일도
헤어지는 일
우리 서로
모르는 일
날아가는 새는
가는 곳을 말하지 않는다
2
올라가는 길엔
새의 울음
내려오는 길엔
잎사귀의 죽음
자꾸 집을 비우는 마음아
따라올 수도 없는 늦은 이별아
발은 날아가 버리고
빈 구두만 남아
슬픔은 끄트머리부터 말라갔다
3
날갯죽지 안에 남아 있던 체온은
둥지에 놓고
새는 비로소 한 경계를 벗는다
우리가 그토록 머금었던 꿈도
부리가 찍은 흔적
떠나가는 꽃들은 무게를 다 버리고
젖은 날개를 털자
당신은 물기도 없이 흩어졌다
(그림 : 김명숙 화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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