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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 오랜만에 당신을 보았네사람들 북적대는 한 곳에서 턱, 맞닥뜨렸네
아주 잠시 시린 물이 등을 훑었네
아무런 예비 없이
무슨 말을 할지 몰라 의례적으로 먹먹한 악수를 하고 있었네
말 대신 손을 조금 오래 잡고 있었던가
손으로 시간을 끌고 있었던가
돌아서서 풀려난 손을 가만히 코에 갖다대니
아, 옛날 냄새가 희미하게 묻어있었네
손을 오므려 냄새가 새 나가지 않도록 그러쥐었네
희미하게
꼭 그만큼만 희미하게
갈 것은 가도 남아서 홍조(紅潮)가 되는 게 있긴 있었네
(그림 : 최정길 화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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