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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성우 - 뽕나무밭집시(詩)/박성우 2019. 9. 26. 18:23
산골 뽕나무밭집에 살았다
뽕나무밭머리 뽕나무를 베어내고 지은 집이다
어매아부지는 새끼 여섯을 그집에서 쳤다
어매는 뽕나무 등결같이 늙었고
아부지는 옛 뽕나무밭집 밤 마당에 오디처럼 떴다
뽕나무 밭머리 뽕나무를 베어내고 지은 흙집에서 살았다
엄니 아부지는 누애섶같은 그 뽕나무 밭집에서
아들 셋과 딸 셋을 쳣다
시름 시름 앓다 시들어
돌무덤으로 간 큰성을 빼고 난 이집의 다섯째다
우리 조무래기들은 뽕나무밭집의 누애들이었다
산내 능다리 재너머
앞을봐도 뒤를봐도 또 옆을 봐도 산만 보이던 동네
뽕나무집 여섯누애들은 그 뽕잎같은 날들을
사갉 사갉 갈가 먹으며 그냥 저냥 잘 자랐다
갉아먹다 갉아먹다 갉가먹을게 없으면
엄니 아부지 속도 박박 갉아먹으며 자랐다
눈물도 갉아먹고 때론 지독한 빛도 나눠 갉아 먹었다
아부지는 옛 밤처럼 캄캄해진지 오래고
칠순넘긴 엄니는 고치같이 좁고 둥근 길을 돌아
뽕나무집 근처 빈집으로 터를 옮겼다.
(그림 : 이원진 화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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