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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박성우 - 넥타이
    시(詩)/박성우 2019. 9. 26. 18:57

     

    늘어지는 혀를 잘라 넥타이를 만들었다
     
      사내는 초침처럼 초조하게 넥타이를 맸다 말은 삐뚤어지게 해도 넥
    타이는 똑바로 매라, 사내는 와이셔츠 깃에 둘러맨 넥타이를 조였다
    넥타이가 된 사내는 분침처럼 분주하게 출근을 했다

     

      회의시간에 업무보고를 할 때도 경쟁업체를 물리치고 계약을 성사
    시킬 때도 넥타이는 빛났다 넥타이는 제법 근사하게 빛나는 넥타이가
    되어갔다 심지어 노래방에서 넥타이를 풀었을 때도 넥타이는 단연 빛
    났다

     

      넥타이는 점점 늘어졌다 넥타이는 어제보다 더 늘어져 막차를 타고
    퇴근했다 그냥 말없이 살아 넌 늘어질 혀가 없어, 넥타이는 근엄한 표
    정으로 차창에 비치는 낯빛을 쓸어내렸다 다행히 넥타이를 잡고 매달
    리던 아이들은 넥타이처럼 반듯하게 자라주었다
     
      귀가한 넥타이는 이제 한낱 넥타이에 불과하므로 가족들은 늘어진
    넥타이 따위에 아무런 관심도 없었다

    (그림 : 고찬규 화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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