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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성우 - 감자 캐기시(詩)/박성우 2020. 2. 5. 13:25
꿩알이 놓여 있던 주위는
씨알이 좋아도 감자를 캐지 않았다
새참 시간이다
한바탕 감자를 캐던 어머니들이
호미를 놓고 둥그렇게 모여 앉는다
포장하던 아버지들도 저울질 멈춘다
양동이에 미지근한 막걸리 붓고
박카스 다섯 병도 부어 휘휘 젓는다
멀리서 보면 감자 한 무더기로 보일
어머니들과 아버지들,
막걸리로 허기진 배 채운다
연거푸 받은 술에 취기가 올라온 나는
풀밭에 드러눕는다 슬슬 잠이 오는데,
어른들은 자리 털고 일어나 감자를 캔다
트럭에 감자 싣는다
비가 올 것 같으니 얼른 마무리하자 하신다
농사나 짓고 살았으면 좋겠다,는 말이
목구녕 안쪽으로 쏘옥 들어간다
하루 품삯으로 받은 햇감자 두 상자,
불룩하게 밀려나와 터질 것 같은 배를
테이프가 가까스로 누르고 있다
(그림 : 남일 화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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