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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성우 - 우리마을 일소시(詩)/박성우 2019. 9. 26. 18:39
황순이 가고 황순이 왔다
늙다리 일소 황순이는 가고
힘센 새 일소 황순이가 왔다
일소는 겨우내 몸을 풀어놔야
봄에 비탈밭을 너끈히 갈 수 있다
오늘이 닷새째, 우리 마을
새 일소로 당당히 낙점된
이천십오년 삼월생 황순이가
가짜 쟁기를 달아 끌며
금수양반과 함께 밭갈이 연습을 한다
송아지는 아니고 그렇다고
아직 다 큰 암소도 아닌 황순이,
일곱배나 새끼를 치고 물러난
늙다리 일소 황순이 대를 이어서
이 마을 비탈밭을 책임질 터이다
노고를 다한 일소는 대체로
팔지않는다 고요해질 때까지
함께하다가 고이 묻어준다
노닥노닥 끙끙, 새 일소 황순이가
마을길을 네바퀴째 돌아나온다
오늘까지는 바섯바퀴를 돌고
내일부터는 한바퀴를 더해
여섯바퀴를 채울 참이다
아먼, 절대 무리허먼 못써!
연습은 금순이가 했는데
몸살은 금수양반이 났다
(그림 : 우혜숙 화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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