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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박성우 - 띠쟁이고모네 점방
    시(詩)/박성우 2019. 6. 8. 09:12

     

     

    하례마을 어귀엔 가게가 있다네

    한번도 간판을 내건 적은 없지만

    누구나 띠쟁이고모네 점방이라 부른다네

     

    날짜 넘긴 빵이 진열대를 부풀리는 동안

    냉수 한잔에 목을 축인 띠쟁이고모가

    호미를 들고 한들한들 걸어나가고 있네

    진입로 양쪽에 욕심껏 심어놓은 코스모스가

    잡풀에 눌려 몸살을 앓고 있을 터이네

     

    바로  앞 정각엔 논에 논에 다녀온 노인들이

    매미의 울음을 베고 낮잠에 빠져있네

    처마 끝이 소나무에 받혀진 구멍가게 안에는

    띠쟁이고모 손자가 또박또박 장부를 적고 있네

    석주아자씨 이홉드리소주 한병 외상

     

    누렇게 익은 호박 한덩이와 애호박 한덩이가

    안방으로 들어와 오순도순 살아가는 점방

    뒷간 지붕에 열린 조롱방에서 구린내나지 않듯

    내력은 거칠어도 마음은 꽃밭을 가꾸는

    정읍군 산내면 하례마을 입구엔 띠쟁이고모가 산다네 

                                                         

    풀 매고 돌아오는 띠쟁이고모 들어서기 무섭게                                                        

    막걸리 한사발 얼른 떠다가 술상 봐오는                                                                      

    똘방진 아이가 산다네

    (그림 : 이미경 화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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