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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박성우 - 어청도
    시(詩)/박성우 2019. 6. 8. 09:04

     

     

    1

    군산항에서 나를 버리고 배에 올라야

    세 시간 만에 만나주는 서해의 검푸른 고래등

    사람들은 그 위에서 쌀을 안치고 그물을 손질한다

     

    2

    서녘 해가 마지막 고름 풀어

    섬을 알몸으로 안아보고 치맛자락 길게 떠난다

    검불로 조개를 구워먹던 악동들은

    별을 달궈놓고서야 집으로 돌아간다


    뜨거워진 구들장에 몸을 바꿔 눕다가

    별이 미지근해지기 전에

    출어를 서두르던 어청도 사내들,

    흰수염고래 같은 파도를 끌고 입항하면

    그제야 생각난 듯

    등 돌려 자던 달이 마저 지워진다

     

    이른 햇발에 걸려든 포말이 튀는 동안

    어판장 아낙들은 걸쭉한 입담으로 목을 축인다

    어젯밤 이불 속에서 피웠을 해당화

    갯바람에 꺼내놓고 호들갑 떨다 보면

    금세 손질되고 도막나는 하루가 가뿐하다

     

    주낙에 낚시를 매는 주름살 깊은 노인

    줄을 잡아당기는 양 손가락에 들어간 힘이

    검버섯 핀 볼에서조차 수평선처럼 팽팽하다
    생각하면, 저 짱짱한 매듭 같은 것이

    사람들을 군산의 끄트머리 섬에 묶어두었다

    어청도(於靑島) : 전라북도 군산시 고군산군도에 딸린 섬 어청도는 면적 2.07km2, 해안선 길이 10.8km, 88가구 215명(2014년)이 사는 섬이다. 

    군산항 서쪽 72km의 해상에 있으며, 서해 최남단의 어업전진기지 역할을 감당하고 있다.

    주봉인 당산(198m) 정상에는 왜구의 침입을 대비하기 위한 봉수대가 있다.

    지명유래를 보면 물이 거울과도 같이 맑다 하여 ‘어청도’라 부르게 되었다고 한다.

    (그림 : 김성실 화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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