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흰 눈물 몇 잎 떨어뜨리고
강 모퉁이를 돌아가는
그녀가 슬프다.
휘늘어진 어깨를 힘껏 짓누르는
젖은 솜뭉치 같은 강물소리
자갈자갈 사는 것이 자갈밭 같을 때
그녀는 서슬 푸른 가시도 내보였으리.
연한 새순도 세상 속으로
끈질기게 밀어 넣어 보았으리라.
언제 다시 온다는 기약도 없이
무엇이 서운했다는 말도 남기지 않고
서둘러 강안을 돌아가는 그녀,
열두 폭 치맛자락의 강물이
푸르게 펄럭이며 지운다, 길게 운다.(그림 : 한희원 화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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