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몸통들은 다 팔려가고
입다가 벗어놓은 헤지고 찢긴 겉옷만
즐비하게 널려 있다.
주섬주섬 주워 모아 한 아름 안고
집으로 돌아오는 신호등 근처
주위 사람들이 나를 시래기 쳐다보듯 한다.
끈으로 엮어 뒷 베란다에 매달고
시들시들 마르길 기다린다.
김장배추로 맛있는 김치가 되지 못한 것들
대롱대롱 매달려
문 열면 파리한 모습으로
삶을 서걱댄다.
몇 달 동안의 바람과 햇살이 스며서 만든
가쁜 숨결, 푹 우러나온 시래기국
밥 한 그릇 거뜬히 말아먹고 나니
그동안 그네들이 즐겁게 맞았던 빗방울들이
내 콧잔등에 송송 맺힌다(그림 : 박시연 화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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