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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인 - 개구리참외를 깎는 밤시(詩)/시(詩) 2019. 9. 7. 11:20
개구리 울음소리 마음의 창에 와
무던히 부딪혀 떨어지고
어둠이 알맞게 익어 단내를 풍기는 밤
개구리참외를 깎는다
뜨거운 햇살과 비바람, 질긴 고독을
한 세월 엎드려 삭히다보면
견고한 울음으로 속이 가득 채워지는 것일까?
그 잘 여문 울음들이 빼곡히 박혀있는
단내 나는 살을 아삭아삭 씹으면서
까만 눈동자, 시간의 비바람에 그만 지워져버린
또랑또랑한 개구리의 눈을 생각했다.
아직도 지워지지 않은 점점 더 커져만 가는
내 두 눈을 무심코 더듬었다
쟁반 위의 큰 개구리 몇 놈,
옆구리에 넣어둔 다리를 쭉 편 채 뛰어나와
질퍽한 소나기 울음소리 쏟아놓을 것만 같은 밤
내가 한번도 뛰어오르지 못한 하늘을
그 무수한 별빛이 흐르는 아름다운 밤하늘을
내 몸 안으로 들어온 개구리들이
폴짝 뛰어오를 것 같아
난 오래도록 바라보았다(그림 : Jeon. H.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