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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가림 - 귀가, 내 가장 먼 여행 2시(詩)/이가림 2019. 8. 21. 09:22
이렇게 저렇게저렇게 이렇게
육십년도 더 넘게 끌고 온
꿰매고 기운 헝겊 투성이의
내 슬픈 부대자루를
해지는 고갯마루에 잠시 부려놓고
하늘에 밑줄 친 듯 그어진 운평선(雲平線)에
망연히 한눈팔고 있노라니
예전에 어디선가 본 듯한
허연 수염 휘날리는 조각구름 하나가
불현듯 다가와
축 처진 내 어깨를 두드리며 타이르네
“그 동안 많이도 수고했네만
네 부대자루가 넝마가 될 때까지
조금만 더 끌고 가보게
더는 나아갈 수 없는
천길 낭떠러지
그 미완성의 정점(頂点) 끝에 다다를 것이니
그 때 푸른 심연의 바다 한 가운데
서슴없이 뛰어내리게”
이렇게 저렇게
저렇게 이렇게
육십년도 더 넘게 끌고 온
꿰매고 기운 헝겊 투성이의
내 슬픈 부대자루,
다 닳아진 한 조각 걸레가 되기까지
해 떨어지기 전
생의 마루바닥을
무릎 꿇고 더 닦아야 하네
(그림 : 이영희 화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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