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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나간 것은 모두 좋았던 시절,
미루나무 아래 앉아 늙고 싶은 오후다
여기 앉아보니 할 말이 없다,
할 말이 없다는 것은 얼마나 좋은 일인가
이렇게 있다 보면 조용해지고,
지나가는 것은 모두 좋았다는 생각에
지금도 그때도 모두 좋았던 시절,
눈물 많아 좋았던 시절이라고 해본다
혼자 있길 좋아했던 어린애가
늘씬한 미루나무 아래 앉아 여물고 있다
구름이 시절을 천천히 지나간다
시절은 그렇게 지나야 한다는 듯이 천천히 지나간다
(그림 : 김준용 화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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