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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인육 - 짝퉁 우씨시(詩)/시(詩) 2019. 7. 25. 14:31
세상은 가끔 진품과 짝퉁을 혼동한다
열아홉에 가방끈을 놓고나서
오십이 되도록가방만 만들었다는 짝퉁가방 기술자 우씨
세상 사람들, 욕되게 그를 부르듯
우씨~ 우씨~제 불만 함부로 내뱉지만
짝퉁가방 우씨는짝퉁 같은 세상, 욕하지 않는다
그까짓 짝퉁 세상의 치욕쯤이야
드르륵, 재봉틀로 박아버린다
발신인 알 길 없는 뭇 설움도 곱게 재단을 하고
주소불명의 뿔난 분노도 얌전하게 가봉한다
더러, 곰팡내 같은 음습한 간난(艱難)이
고장 난 지퍼처럼 이빨을 벌리기도 하지만
허허허 너털웃음 환한 마술사 우씨는
똥 같은 세상을 폼나는 똥으로 바꾸어놓는다
진품입네 똥내 풍기는 것들, 껄껄 웃어주며
때깔 고운 그의 똥을 '짠' 하고 내어 놓는다
진품보다 착한 진품 우씨의, 짝퉁 루, 이, 뷔, 똥
(그림 : 유중민 화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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