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골방은 낮은 지붕 아래 있었다
할머니가 침침한 석유등잔 아래 무릎을 세우고
어둠을 지피던 방이었다
낮에도 어둠이 두꺼운 그 방이 나는 좋았다
심란한 낙서들이 귀를 세우는 겨울 밤
소란한 게 싫어서
나는 그 어둠 파먹으며 침묵을 학습했다
사방이 흙벽뿐인데도 굴뚝을 향한 납작한 봉창으로
밤이면 내가 궁금하다고 달이 떴다
언제였을까
어린 마음에도 생각 짓찧고 싶은 때 있어
허공에 눈송이 꽂히는 한겨울 들판을 오려다가
종잇장 같은 마음에 걸어 놓던
뼈가 하얗게 비치던 때가 있었다
(그림 : 최석운 화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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