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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영욱 - 노량포구시(詩)/시(詩) 2019. 7. 17. 09:59
예서 시작이다
바람도 순해 물길이 순한 하동포구 팔십 리가 시작되는 포구
오늘은 보름사리, 그 밀물에 배를 앉히면 뱃길은 편안할 터
여기서 물길 백 리, 팔십 리는 정감의 거리
초저녁에 하동포구 닿아야만 하동장날 대목을 보고
다른 밀물에 얹혀 화개장터까지 올라야 하는 긴 물길
희게 번득이는 달빛에 젖은 포구는 “노량”하고 불러보면
1598년 장군의 피 묻은 갑옷이 노량바다에 어려
한쪽 가슴이 저려오고 멀리 관음포 불빛만
섬처럼 떠 그날만큼 멀었다
예서 팔십 리
하동포구 팔십 리, 바다를 버리고 강으로 드는 길
오백 리 먼 길을 달려온 섬진강이 남해로 스며드는 포구
그 노량포구에 서면
옛 것의 비린내는 멀어 아득하고
사람들은 순해져 정처를 잃고
나 또한 순해져 문장을 놓치는
그러하니
노량에서는 연필을 꺼내들지 말고
부디 묵념만 하시라.
(그림 : 정의부 화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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