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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말화 - 등(燈)시(詩)/시(詩) 2019. 7. 17. 09:51
새벽마다 낡은 꿈을 닦아 창문에 걸었다
시간을 갉아먹는 벌레가 찌찍 소리를 냈다
아침 새와 비 온 뒤의 안개와 작은 연못과
몇 가닥 목소리가 처마 끝에서
깜부기불 심지처럼 피어났다 스러지곤 했다
아카시 꽃잎처럼 흔들리던 일이며
들길 끝까지 걸어갔다 돌아오던 일이며
열리지 않던 문 앞에서 주저앉던 일이며
목련도 흩어지고 철쭉도 시들고
시간의 시소는 소멸 쪽으로 자꾸 기우는데
잊히지 않으려고 날마다
녹슨 추억을 닦아 허공에 내걸었다
(그림 : 이금파 화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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