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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재학 - 물위에 비친 얼굴을 기리는 노래시(詩)/시(詩) 2019. 7. 21. 11:14
냇물 위의 얼굴,
파리하다
잠시 일렁거리다가 물결이 지우고
다시
헐거운 얼굴 머뭇거리며 도착했다
저 위인은 부역꾼의 몰골,
물끄러미 정지한 생(生)에
나뭇잎 한 장 날라와서 얼굴을 가렸다
벌레 뜯어먹은 흔적 때문에 잎새에도 눈이 생겨
내 시선과 마주쳤다
물결 일렁이고 햇빛 으깨지면서
송사리 떼 사금파리 하나씩 물고 물속으로 사라졌다
풍류가 어지러워
잎새가 초록 노(櫓)를 서둘렀으니
낯익은 얼굴 그리메 다시 물 위에 앉으라 한다
잎새이거나 햇빛이거나 늘 속엣말하는
낮달은 어머니 윤곽,
잎새이거나 햇빛이거나 늘 다독여주는
어머니, 은결든 얼굴이다
빗방울 떨어지면서 동심원들 내 눈시울까지 번지는데
내 얼굴은 자꾸 어머니 얼굴 닮아가고
한 마장쯤 떠내려가면서도
다북쑥 손바닥 불쑥불쑥 내 생채기 건드린다
어머니 떠내려가면서
다북쑥만으로 내 속은 먹빛 물드는데
물위에 비친 얼굴을 기리는 노래 : 꿈속에서 향가집 "삼대목"을 읽었다.
지금 생각나는 건 고단한 부역군의 얼굴뿐이라, 물위에 비친 얼굴의 희미한 기억에 기리는 노래를 덧붙였다
속엣말 : 가슴에 품고 있는 말 (송재학 시인)
(그림 : 류건수 화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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