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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름 누비 구름 한 주비,
장항리사지 석탑 기담부에 기대어 마음껏 잠들다 기지개 켜던 짐승 따위라 생각했다만
누비 구름 펼치니 하늘가 식구들의 하루치 생활이라네
토록 새끼가 혓바닥 쑥 내밀어 한줌 백설기 공기를 혀로 맛보니 온통 콩켸팥켸
느리 아비가 날름 낚아채어 제 입속이 먼저 불룩하니 근처 각다귀 구름이 푸릉푸릉
화초 머리 어미가 부자지간을 다잡느라 풀치마를 들썩거리니 팔느락팔느락
이번 여름도 지독히 덥겠구나
시집 못 간 딸을 조참조참 따라다닐 새 누비 구름 일가는 한껏 부풀어
곧 소나기 채비를 차려야겠다
콩켸팥켸 : 사물이 뒤섞여서 뒤죽박죽된 것을 이르는 말.
푸릉푸릉 : 큰 새가 가볍게 날개를 치며 날 때 나는 소리.
팔느락팔느락 : 바람에 날리어 좀 가볍게 자꾸 나부끼는 모양.
(그림 : 김윤종 화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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