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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무웅 - 낙타표 성냥시(詩)/시(詩) 2019. 7. 14. 20:07
붉은 모자를 쓰고
나란히 머리를 맞댄 음모들
자폭할 때를 기다린다
일격에 완성시키는 빛의 혁명
재가 되어 흩어질지라도
불씨를 품은 채 일생을 보낼 순 없다
오지 않는 사람을 기다리던 역전다방
커피 잔 옆에서 쌓아올린 목탑의 노역이 있었다
한순간 와르르 무너질 사랑도
한 통의 성냥처럼 뜨거웠다
수없이 분질러진 애꿎은 성냥개비들
육각 통에는 낙타가 사막을 지나가고
그에게 기다림은 모래바람을 견딘 시간이었다
카운터에 쌓아둔 작은 성냥갑은
오래된 전설로 흘러가고, 이제는
생일케이크에 한두 개비 딸려가는
액세서리로 명맥을 유지하는데
분위기에 휩싸여 기분을 내보지만, 그마저
단한번의 불꽃으로 사라진다
이제 어디에도 사막을 건너는 낙타는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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