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낙수로 똑똑 파문의 도장을 찍는
저 움푹한 바닥은 하늘을 받아낸 흔적
비바람이 매달렸던 홑처마는
들이치는 빗소리를 밖으로 돌려세운다
처마 밑은 씨앗들의 휴식처
일렬로 서 있는 옥수수와
주렁주렁 씨앗 봉지가 매달린 공중창고
껍질이 단단한 씨종자 속에
연둣빛 봄의 부리가 들어있다
칼바람이 온순해지면
매달렸던 창고의 빗장이 풀린다
껍질을 쪼아대는 바람의 여린 부리
달려온 들판에 봄이 빼꼼, 돋는다
추녀 끝에 매달린 물고기 한 마리
퍼덕이는 봄바람의 찌를 문다
공중으로 번져가는 파문
봄날은 굳이 지붕이 필요 없다
햇살을 물고 있는 처마 밑에
서까래로 짜놓은 그늘이
가지런히 놓여있다
(그림 : 김원자 화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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