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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때는 깊은 산 속에서
맑은 물과 신선한 공기를 먹고 자랐으련만
누군가의 톱날에 잘려
목수의 손에 3단 서랍장으로 태어나
내게로 와 동거하고 있다
1단엔 동절기 속옷
2단엔 메리야스 팬티 양말 손수건
3단엔 잠옷과 티셔츠를 곱게 접어 넣었다
언제 또 불려나가 후줄근하게 될지 모를 것들
옷 하나하나
사랑하는 손길에 정이 배인 것들
서랍장엔 사계절이 있고
아내의 정성이 가득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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