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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적소리 환히 불 밝힌 열차들
그냥 스쳐 지나가고 있는
그나마 내 생의 기회였던, 간이역
허둥지둥 헐레벌떡 달려갔어도
차는 오지 않았습니다, 완행열차는
늘, 떠난 뒤였기 때문입니다
언제일지 모르지만
식은밥 한 덩이 찬 물에 말아먹고
잡는 손 소맷귀 뿌리치며
새벽처럼 달려갈 그날은
인연이 닿으면 다시 보자고, 어쩌면
화려한 대합실에서 또 보게 될 거라고
잘 있으라고 잘 가라고, 정든 이들 몇 배웅 나온
조역도 역무원도 없는 초라한 플랫폼
말없이 내 승차하기만을 기다리겠지요(그림 : 김지환 화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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