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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귀녀 - 칼국수가 먹고 싶은 날시(詩)/시(詩) 2019. 7. 5. 10:37
칼국수가 먹고 싶을 때가 있다
내가 끓이는 것 말고
누군가가 끓여주는 칼국수를 먹고 싶을 때가 있다
두툼한 손으로 홍두깨로 밀면서
밀가루를 살짝살짝 뿌리며
가지런하게 썰어
펄펄 끓는 물에 훌 훌 털어 넣어 쫄깃한 칼국수
할머니 손 같은 칼국수
삶의 모서리에서
한 해 중 허리가 반으로 뚝 잘린 6월
아침저녁 가을 날씨 같은 오늘
누군가를 불러 칼국수를 먹고 싶을 때가 있다
이참에 끓여주기를 바라는 마음 접어버리고
내 손으로 칼국수를 끓여야겠다.
얼마전 홀로 된 춘자를 부르고
주거니 받거니 하얀 웃음을 말아
후루룩 후루룩 먹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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