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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석중 - 그럭저럭시(詩)/시(詩) 2019. 7. 5. 18:58
명절 잘 쇠셨느냐는 인사말에
그럭저럭 지냈다는 대답이시다, 그럭저럭
이 어쩡쩡한 말은 쌍봉낙타의 구릉 같은 말
잘 지내지도 않고 못 지낸 것도 아니란 말씀이지만
어쩐지 조금은 쓸쓸한 쪽으로 살짝 기우는
무릎 아픈 할머니가 엉거주춤 일어서는 걸 지금
보는 것 같다
골목길을 왔다갔다 주름잡는 저 노인의 뒷짐에는
무슨 여유와 사색이라도 깊어져 가시는지 약간의
웃음과 약간의 서글픔과 약간의 문안과 소란으로
버무려진 설날 하루해가 두루뭉술
서산으로 슬쩍 넘어가신다
(그림 : 신재흥 화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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