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류병구 - 북촌에서시(詩)/시(詩) 2019. 7. 5. 19:02
맑은 개천 웃동네 ㅁ자 한옥마을
궁한 샌님들 남촌 보다 꽤 대궐인 줄 알았더니
옹색한 여염집 안방에
콩댐 비릿한 장판내가 물큰하고
막사발 엎어 초배바닥 수도 없이 문지르던
젊었을 적 어머니를 거기서 뵈었더라
완자 문살 미닫이
당신 입에다 물 불룩하게 담아
푸 푸 뿜어 팽팽해진 문창호지
그 속에 손수 말려 깔았던 단풍잎 서너 이파리에
문뜩 가슴이 저리더라
조막만한 아랫뜰에 채송화, 백일홍이 한창인데
맞배지붕 날렵한 곡선 휘감아
백악 산줄기 저 쪽
서촌으로 번지는 노을도
그 꽃빛이더라
(그림 : 양종석 화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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