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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병무 - 당신과 나의 학이편시(詩)/시(詩) 2019. 7. 6. 10:59
나의 옛날을 사는 당신과
당신의 훗날을 사는 내가
외따로인 것은 별빛처럼
빛이 닿아도
열은 닿지 않아서이지
빛은 열에서 태어나지만
빛 없는 열은 당신이고
열 없는 빛은 나이니까
당신은 나의 옛날을 살고
나는 당신의 훗날을 살고
안녕의 시절은 시간이었지
어느 때부터 어느 때까지였지
빛이 열의 손을 놓았던 때는 시각이었지
때를 새긴 어느 한 순간이었지
시간의 변주가 시작된 때였지
흩어졌지 오래도록 재편되지 않아
옛날이 훗날로 이행하는 중이었지
어둠을 길 삼아 고독한 길을 갔지
길은 고독을 배웠고 고독은 길을 익혔지
배우고 익혀도 기쁨은 따라오지 않았지
훗날을 사는 내가 멀리서 찾아갔지
옛날을 사는 당신이 찾아오지 않아
내가 당신을 찾아갔지
훗날이 옛날을 즐거워했지만
내가 당신을 즐거워할 뿐이었지
나를 사는 당신을 알아주지 않고
당신을 사는 나를 알아주었지
당신이 섭섭해하지 않아도 여전히
빛은 닿아도 열은 닿지 않았지
몰라주는 달빛이 그저 서운했지
학이편(學而篇) : 인간의 종신(終身)의 업(業)인 학문과 덕행을 주제로
공자(孔子)와 그의 제자들이 토론한 내용 및
공자에게 배운것을 기록 편찬한 논어(論語)의 한부분
논어(論語)라는 서명(書名)은 공자의 말을 모아 간추려서 일정한 순서로 편집한 것이라는 뜻
(그림 : 이영철 화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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