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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효순 - 오후 두 시의 고향 나들이시(詩)/시(詩) 2019. 6. 29. 16:34
전신주를 따라
시골길을 걷습니다
다소곳 날개 접은 황새
소나무 끝자락 사뿐
새색시처럼 섰구요
봉긋 솟은 노오란 민들레 논두렁에 앉아
금빛으로 반깁니다
스치는 풀잎들이
발목 아래 생채기를 그려놓구요
물큼한 논물 냄새 가만히 따라
산등성이 학교 넘어가던
그 고갯마루에
다 큰 발자취로 올랐습니다
산머리 해 쨍쨍한데
등굣길 아침 자욱한 어린 안개가
손에 잡히는 듯
이제 나는
구만리 같던 저 길도
한 뼘으로 모아지는 큰 사람이 되었습니다
(그림 : 이금파 화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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