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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예자 - 새끼손가락시(詩)/시(詩) 2019. 7. 1. 12:18
한때 엄지손가락은
검투사의 목숨을 좌지우지했다
누군가의 기를 세워줄 때도
척, 올리면 그만
벙어리장갑도 그의 방은 따로 마련되었다검지는 미와 추를 선별하고
미움과 반가움을 먼저 알아차렸다
누군가를 지목하여 자유를 빼앗기도 했다
가운뎃손가락이
중심을 잡고 큰 키를 자랑하는 동안
무명지는 화려한 보석반지를 끼고
한약의 온도를 재었다못난이라고 눈총을 받아도
한 몸에서 태어난 핏줄이라며
제자리를 지켜온 새끼손가락그들은 모르고 있었다
중요한 약속은
늘 새끼손가락이 한다는 것을
가장 약한 것이
온몸을 끌고 간다는 것을(그림 : 이기우 화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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