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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김경애 - 널배 타는 여인
    시(詩)/시(詩) 2019. 6. 21. 22:43

     

     

    여인 하나가

    다리 하나로

    길도 아닌 그 길을 만들며

    널배와 한 몸 되어 갯벌을 낚는다

    싱싱한 바다를 건져 올리며

    천직이라 생각한다

    하루의 절반

    갯벌 밭을 일구며 청춘이 피고진다

    남들은 수렁이라 하지만

    뻘 속의 생명이 그녀에겐 평생 밥상이다

    다리는 밀고 손은 더듬으며

    개흙 묻은 손으로 밥 세끼 해결한다

    밥 때는 잊어도 물때는 잊으면 안 된다

    물이 들면 가슴이 벌렁 뛴다

    여인은 사력을 다해 뭍을 향한다

    살아남으려는 강인한 의지가 

    거의 신의 경지다

    눈대중만으로도 질펀한 바다를 읽는 여인

    널배는 근육의 힘으로 가지 않는다

    세월의 힘으로 간다

    시간이 만든 갯벌의 고수는

    무릎에 병이 나고서야 졸업한다

    다시 물살 앞에 선다

    바람 끝이 아직, 차다

    널배 : 우리나라 남해와 서해에서 꼬막을 채취하기 위해 갯벌에서 타는 배. 뻘배라고도 부르며 진흙 갯벌을 이동하는 수단이다.

    배라고 부르지만 자체 동력의 힘으로 물위를 떠다는 배가 아니고 갯벌에서만 운용하는 일종의 갯벌용 스키라고 볼 수 있다.

    한쪽 다리는 나무판 위에 올리고 나머지 한쪽 다리로 갯벌 바닥을 밀어 미끄러지듯 밀며 다니는 것이므로 이동하는 방식이 스키와 유사하기 때문이다.

    재질은 나무로 만들어져 있고 앞부분이 갯벌에 박히지 않도록 스키처럼 위로 구부러져 있다. 길이는 약 2m이고 폭은 45cm 가량의 판자로 만들어져 있다.

    갯벌에서 채취한 꼬막, 조개 등을 담는 바구니를 앞과 뒤에 싣는다.

    널배를 타는 정확한 방법은 한쪽 무릎을 꿇어 앉듯이 널배에 세우고 나머지 한쪽 다리로 갯벌 바닥을 차면서 전진한다.

    언제부터 널배를 만들어 타게 되었는지 정확하지 않다.

    (그림 : 박석규 화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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