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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초선 - 칠성시장시(詩)/시(詩) 2019. 6. 24. 18:54
출근 시간을 밀고 밀리는 신천교
다리 아래 머뭇거리는 군상들
아침 아홉시의 렌즈 속이 빡빡하다
한바탕의 새벽잠을 설친,
시장끼 허리춤에 매단 노점상인들
찢어진 천막아래,
색바랜 플라스틱 의자 위에서
삼, 삼, 오, 둘, 둘, 마주앉아
풋고추에 된장 찍어, 찬밥에 물 말아
한 숟갈의 허기를 채우는 노점상인들
마늘 반 접, 풋고추 한 소쿠리를 흥정하는
몇 장의 천원 지폐가 오고가는
앞치마 켭쳐 두른 돈주머니
어둠 물고 있는, 꽉 다문 쟉크를 열면
차가운 새벽과 비릿한 세상을 삼킨
시장바닥을 우루루 쏟아지는 감자와 양파
토마토와 참외, 수박들이
유월 뙤약볕 아래
아침 아홉시의 렌즈 속에서
설익은 제 몸의 무늬 익히느라
알몸으로 면벽 참선 중이다칠성시장 (七星市場) - 대구광역시북구칠성동1가 일대의 전통시장.
참고로 좁은 의미의 실제 칠성시장은 칠성교 옆의 시장 건물 하나만을 일컫는다.
넓은 의미의 생활권으로 칠성시장을 이야기할 때는 칠성시장과 그 주변의 대구청과시장, 칠성꽃도매시장, 능금시장, 가구시장, 경명시장, 대성시장,
칠성원시장(옛 북문시장), 전자상가, 문구골목, 족발골목 등 칠성시장역과 중앙대로, 경부선 철길 사이의 모든 시장을 싸그리 모아서 이야기하는 경우가 많다.
(그림 : 김의창 화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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