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명인 - 기차는 지나간다시(詩)/김명인 2019. 5. 18. 22:33
주체할 수 없는 복락이 밀어닥쳤다 해도
지복인 줄 모른다면 삶은 맹물인 게지
한 장 기차표밖에 손에 든 것 없어
그대가 일러준 간이역은 지나쳐간다
정시 착, 정시 발, 저만큼 불빛을 떠미는
금속성 출렁임이 쇠의 몸을 휘감는다
어둠 외에는 전망이 없어니
기차표의 약속은 누가 사는가?
머지않아 폐쇄될 간이역을 지키는 역장에게
매표원, 검표사, 청소부, 검차수를
꼭 강요해야 하는가, 기차는
하루 한 차례 정거하고
휙 던져지는 우편낭을 받아 챙기는 일로
잡부의 일과는 끝, 승객없는 역사라도
늙은 역장은 기다린다, 무료라면
이대로가 좋아, 뭉갤 수 없는
침묵을 깔아놓고 기차는 지나간다
(그림 : 김태균 화백)
김지연 - To Treno Fevgi Stis Okto
'시(詩) > 김명인' 카테고리의 다른 글
김명인 - 폭설 (0) 2020.01.22 김명인 - 복안 (0) 2019.11.25 김명인 - 월정에서 (0) 2019.05.18 김명인 - 나비는 팔랑거리며 날아내리고 (0) 2019.05.18 김명인 - 보리수다방 (0) 2019.05.1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