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복안이 있느냐고 네가 물었을 때
나는 머뭇거렸다, 벗겨내기 어려운 얼룩이
차양된 간유리처럼 어른거렸다
두근거림이 가슴 밑바닥에서부터 차올랐다
한 순간의 결심이 평생의 포부가 되듯이
누구에게나 제 나름의 요량은 있다
이룰지 말지 장담하지 못하는 실마리들이
형언할 수 없는 욕망으로 꿈틀거리기도 한다
쫓기듯 사는 것도 아닌데 너무 작고 볼품이 없어
이것이 내 것일까, 소용에도 닿지 않는
목록들을 뒤적거릴 때
겹쳐져 어른거리는 배경으로는
어떤 의지라도 두서없는 것,
살아지는 대로 살려고 든다면
미리 간추릴 복안이 내게는 없는 것이다(그림 : 강철규 화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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