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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명인 - 나비는 팔랑거리며 날아내리고시(詩)/김명인 2019. 5. 18. 22:11
천지가 꽃철이라지만 나비는
담장 너머 어딘가 나비 동산으로 날아가고
거기까지 닿기가 너무 막막해
꿈으로 뒤척이는 여울의 잠
깨어날까 깨어날까 허우적거리는데
귀 밝은 몰락이 몰고 오는 둘레인 듯
한순간이 수면 위로 솟구쳐 오른다
그때, 차창에 붙어 앉아 뒤돌아보던
그대를 알아봤었다, 가로수 길 저편
낙화는 분분했는데
부박한 날개가 돋아서
나비 동산으로 건너가려고 등이 가려운
추억에서 비로소 아뜩해진다
오지로만 다니는 버스
한두 번 바꿔 탄 것뿐인데
어느새 해는 서산마루로 기울고
날개로도 못 닿을 나비 동산 저쪽인 듯
어스름 산길이 팔랑거리며 날아내린다
여울 : 강이나 바다에서 바닥이 얕거나 폭이 좁아 물살이 빠르게 흐르는 곳
부박한 : 천박하고 경솔한
(그림 : 고재군 화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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