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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명인 - 보리수다방시(詩)/김명인 2019. 5. 18. 22:04
스물몇 살의 여자가 이순을 넘겨 전화를 걸어왔다
골격만 앙상한 출렁다리 되짚고 오는
밑도 끝도 없는 추락에 관해 듣다가
웬 공배인가 싶어 40년을 몽땅 제하고
이태 동안 무수히 들락거렸던
그 다방의 몽환 속에 혼자 앉았다
그녀를 기다리며 중얼거린다, 아득할 거라는데
조금도 설레지 않고 지루하기만 한
어떤 어긋남에 관한 이야기, 실은 보리수나무
그늘 탓이겠지, 한참 걸어오다 문득
다방 입구에 걸린 커다란 거울 안쪽에
무언가 놓고 왔다, 사정없이 짓뭉개진 약속이다 보니!
(그림 : 백중기 화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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