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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년 봄, 벚꽃이 활짝 피면
좋은 일이 생길 것 같은 예감이 듭니다
내 마음을 알았는지
벚나무도 세상에 내보낼 꽃을 위해
매일 날씨를 저울질합니다
어떤 날은 온도가 조금 낮았고
어느 날은 햇볕이 좀 부족했습니다
드디어 신호를 받은 꽃들이
일제히 망울을 터트렸습니다
연분홍 그늘로 사람들이 무리 지어 지나가고
웃음 띤 얼굴이 봄처럼 환합니다
늦은 밤, 환하게 밝힌 조명 아래
꾸벅꾸벅 졸던 벚나무가 인기척에 놀라
마지막 꽃을 서둘러 내놓았습니다
그 사이, 벌 나비도 다녀갔지만
내게는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았습니다
꽃잎은 바람에 살짝 몸을 실어 날아가고
남은 것은 비에 젖어 떨어집니다
그렇게 봄은 지나갑니다
올해도 예감은 예감으로 끝났습니다
(그림 : 류은자 화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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