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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허석 - 콩나물 항아리
    시(詩)/시(詩) 2019. 3. 5. 19:55

     

    콩나물에서는 식은 땀내가 난다

     

    우장처럼 검은 보자기 둘러쓰고

    침묵 한 모숨과 물 한 모금

    곧은 몸 하나 불립문자로

    운명 앞에 단독자처럼 맞장 뜨고 있다

     

    굳게 입 다물고 있던 쥐눈이콩

    여린 잇몸에 젖니 돋아나듯

    흑진주 껍질 열고 세상과 호흡하는 시간

    물밥 먹고 되새김질하는 생장점마다

    우윳빛 속살 꿈으로 키워내지만

    넘어지고, 고꾸라지고, 물구나무서고

    처음에는 직립이 아니었다

     

    무엇이든 붙잡으려 손을 뻗었지만

    몸 하나 의지할 곳 없는 허공

    해바라기할 빛도

    딛고 설 땅도

    없는, 혼돈과 두려움에

    살아내기 위한 바닥들의 몸부림이었다

     

    잎도 꽃도 없이

    젖은 몸으로만 살아야하는 존재

    맨몸으로 일어서야 하는 사시랑이 육신

    절망과 어둠 속에서도 흰빛으로 깨어나

    보듬고 부둥켜안은 잔뿌리들

    서로를 등받이 하고 버팀목삼아

    저렇게 제 힘으로 일어서는 것을,

     

    때가 되면 울울창창한 숲 하나

    저렇게 만들어지는 것을.

    (그림 : 김윤택 화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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