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영옥 - 뚝 그치고시(詩)/시(詩) 2019. 3. 6. 16:14
머리끝까지 저릿한 걸 보니
많이 참은 것이다
자리 털고 일어서며
방석 제자리에 던져놓고
미닫이문 스르륵 열고 나가며
그래도 한 번 더 주춤거리다
가지런하게 문 닫아주고
나가서 한참을 헤매다, 걷다가
찻집 창가에서 컵을 오래 만지다
마음의 네 귀퉁이 단단히 잡아
마음을 착착 잡고 마는 사람들
오늘도 여기저기 쿡쿡 박혀 있으니
나도 한자리 배정받은 것이니
차 한 잔 비우고 사람 몇 버리고
가벼운 마음으로 나서면 되는 것
내리는 눈발이 포근하리라는
근거 없는 바람 이젠 뚝 그치고서.(그림 : 서정임 화백)
'시(詩) > 시(詩)' 카테고리의 다른 글
한영옥 - 맛있었던 것들 (0) 2019.03.06 한영옥 - 나는, (0) 2019.03.06 김진광 - 벚꽃 핀 날 (0) 2019.03.05 허석 - 콩나물 항아리 (0) 2019.03.05 박준 - 삼월의 나무 (0) 2019.03.0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