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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준 - 삼월의 나무시(詩)/시(詩) 2019. 3. 5. 14:44
불을 피우기
미안한 저녁이
삼월에는 있다
겨울 무를 꺼내
그릇 하나에는
어슷하게 썰어 담고
다른 그릇에는
채를 썰어
고춧가루와 식초를 조금 뿌렸다
밥상에는
다른 반찬인 양
올릴 것이다
내가 아직 세상을
좋아하는 데에는
우리의 끝이 언제나
한 그루의 나무와
함께한다는 것에 있다
밀어도 열리고
당겨도 열리는 문이
늘 반갑다
저녁밥을 남겨
새벽으로 보낸다
멀리 자라고 있을
나의 나무에게도
살가운 마음을 보낸다
한결같이 연하고 수수한 나무에게
삼월도 따뜻한 기운을 전해주었으면 한다
(그림 : 장용길 화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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