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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임숙 - 개나리꽃이 피었습니다시(詩)/시(詩) 2019. 3. 3. 13:01
눈 많은 나에게 그 눈 다 감으라 하시더니
그 눈 다 감은 채로 세상을 읽다 보면
동지섣달 찬바람 속에서도 견딜 만하리라 하시더니
마음 독하게 먹지 않고는 눈조차 마음대로 감지 못하리라 하시더니
눈 많은 내가 아직도 나를 못 믿어서 샛노란 헛구역질을 삼켰더니
창백한 햇살들 몸 풀러 다녀오고
철없이 와글와글 들끓는 세상 말 많고 탈 많은 세상입니다
한 눈 슬쩍 떠 보세요
아뿔싸, 벼랑 끝까지 뒤집어지는 하늘 까슬까슬 머리털 곤두서는 나락입니다
눈 부릅떠도 한 세상이더이다
세상살이도 이제 알 만큼은 알았고요
하루아침에 바뀌는 세상은 아니겠지만 개나리꽃 환하게 피었습니다
꽃 핀다고 다 꽃이 되나요
마음 다 주지 않고 피지 못할 꽃들만 피었습니다
(그림 : 김경렬 화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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