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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재휘 - 찻잎을 두 번 우리다시(詩)/심재휘 2019. 2. 20. 18:13
녹차 잎을 우려내는 동안
나는 한 여자를 사랑하였습니다
작은 봄 잎 같고
잎에 떨어지는 빗물 같은 여자
둥굴게 말려있던 그녀가 꼭 쥔
주먹을 펴 나에게 내밀자
내 손은 어느새 늙었습니다
차 한 잔을 마시며
저녁을 기다리는 동안에도
가을 해는 금방 남루해졌습니다
차 한 모금 마시는 사이에도
순식간에 저무는 것들
나는 따뜻한 물로 식어버린 찻잎을
한 번 더 우립니다 생각에 잠긴 것처럼
찻잎들이 잠시 일었다가 가라앉는 사이
내 사랑은 한없이 엷어졌습니다 어느덧
물 같은 당신에게 갇혀버렸습니다(그림 : 이섭열 화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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