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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재휘 - 봄밤은 그에게도 유감인 듯 하였다시(詩)/심재휘 2019. 2. 20. 18:25
막걸리 한통을 사서 배낭에 넣고
메고 가는 봄밤
누군가 따라오는 소리가 있어서
뒤를 돌아보면 아무도 없고
또 아무도 없고
등 뒤는 꽃이 이미 진 길
걸음마다 출렁거리는 소리에 놀라
자꾸만 뒤를 돌아보는 한밤은 애처로워라
다가와 말 걸어줄 사람도 없이
벚꽃 피던 길 끝은 어둠 속으로 멀고
등 뒤는 이제 그만 보자며 다짐할수록
빈집에 가까워지는 걸음
집 앞에는 어느새 또 꽃을 여읜 나무야
잎들이 이미 싱겁게 돋은 살구나무야
봄밤의 배후에서
정답게 나누어 마시는 유감은
무슨 맛인가 했더니 오늘은
막걸리 한통으로
너와의 우정을 얻었구나.
(그림 : 박용섭 화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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