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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해자 - 마흔 살시(詩)/시(詩) 2018. 9. 10. 22:34
한몸인 줄 알았더니 한몸이 아니다
머리를 받친 목이 따로 놀고 늘
허리께 어디선가 삐거덕거리는 소리가 난다
나라고 생각하던 내 몸이 내 몸이 아니다
나라고 생각하던 내가 내가 아니다
언제인지 모르게 내 생은 삐긋하기 시작했다
머리가 가슴을 따라주지 못하고
충직하던 손발도자주 가슴을 배반한다
빈둥대다 느닷없이 바빠지기도 하지만
무엇 때문에 허둥거리는지 까먹기 일쑤다
늘 가던 길인데 바로 이 길이라고
이 길밖에 없다고
나에게조차 주장하지 못한다
확고부동한 깃대보다 흔들리는 깃발이 살갑고
미래조의 웅변보다 어눌한 현재형이 나를 흔든다
후배 앞에서는 말수가 줄고 선배 앞에서는
그가 견뎌온 나날만으로도 고개가 숙여진다
반성은 늘고 실행은 더뎌지지만 그렇게 아프게 반성하지도 않는다
딱 맞아 떨어지지 않는다 어딘가 모자란
나를 살뿐이다.(그림 : 김소정 화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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