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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박정대 - 나전 장렬
    시(詩)/시(詩) 2018. 9. 10. 22:26

     

     

    나전은 비단밭

    햇살은 장렬

    햇살 좋은 날에는 나전 장렬에나 가야지

    그곳에 가서 낮은 언덕엔 뽕나무 심고

    가파른 언덕에는 산머루나 길러야지

    아침 늦게 눈뜨면 새소리에 귀를 씻고

    툇마루에 걸터앉아 상추쌈에 된장국 늦은 아침을 먹어야지

    풀꽃 향기 자욱하게 흐르는 앞 강물에

    설거지를 하면 오전이 다 지나갈 거야

    먼 곳에 대한 그리움 같은 건

    마음속에 장뇌삼처럼 묻어두고

    그곳에서 고독이나 장렬하게 피워 올리다보면

    새들은 햇살을 물고 석양으로 사라졌다가

    다시 황혼녘 어둠을 물고 자작나무 산그늘로 스며들겠지

    나전은 비단밭

    고독은 장렬

    고요하게 바람 부는 날에는 나전 장렬에나 가야지

    그곳에 가면 청춘이 피워 올린 장작불도 조금씩 사그라들어

    잔설 위엔 빛나는 달빛의 밤이 찾아오리니

    아궁이에 남아 있는 바알간 숯불로 밤을 밝히면

    숨죽였던 사랑도 고요히 피어오르겠지

    때늦은 사랑의 밤은 봉창에 어리는 꽃그림자로 피어나리니

    마음은 산머루처럼 깊어가고

    강물은 음악 소리를 내며 밤새 흘러가겠지

    빛나는 고독의 문턱으로 달빛 쏟아지는 밤이면

    인생은 여전히 외로운 한 마리 짐승일 테니

    꿈꾸듯 조금씩 그대를 사랑해야지

    나전은 비단밭

    그대는 생의 장렬이니

    나 그대를 환하게 꿈꾸는 생의 낮과 밤에는

    당나귀 타고 타박타박

    비단밭 장렬에나 가야지

    나전(羅田) : 강원도 정선군 북평면 나전리

    (그림 : 홍승욱 화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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