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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선경 - 까마중이 머루 알처럼 까맣게 익어 갈 때시(詩)/성선경 2018. 7. 13. 22:42
당신은 벌써 가고 나의 칠월도 끝이 났습니다
까마중 까마중 하고 입속에서 우물거리면
왠지 까만 동자승이 생각나
꼬마중 꼬마중 하게 되지만
당신이 떠나간 길의 뒷덜미를 오래도록
쳐다보지요, 그 길섶을 깊이
들여다보지요, 고개를 숙이고
풀숲에 두루마기가 차름한 방아깨비나
찾아보지요, 당신은 벌써 떠나고
나의 칠월은 이미 끝났는데
까마중이 머루 알처럼 까맣게 익어 갈 때
왠지 나도 동자승같이 외로워져서
까마중 까마중 입속으로 우물거리면
왠지 까만 동자승이 생각나
꼬마중 꼬마중 하게 되지만
당신은 벌써 가고 나의 칠월도 끝이 났습니다
당신이 떠나간 길섶 뒷덜미의 깊이만큼
까마중이 머루 알처럼 그렇게 익어 갈 때.(그림 : 이현섭 화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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