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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선경 - 가는 봄을 붙잡으며시(詩)/성선경 2017. 9. 13. 09:25
저 버들 꺾고 싶네.
네 손모가지 부러질 게다. 그래도
저 능청 휘늘어진 버들
꺾고 싶네. 가는 봄을 잡지도
못한다고 저 능수버들 휘늘어진 가지
꺾지 못하겠냐? 손모가지
비틀어진대도 저 버들
꺾고 싶네. 담장 밖
저 꽃 좀 보소. 나는 언듯
손이 움츠러들지만 내 마음 벌써
저 꽃 꺾어들고 희희낙락
코끝에 내음을 맡고
볼비빔을 하고, 네 이놈
네 손모가지 부러질 게다. 그래도
꺾고 싶네. 가는 봄을 잡지도
못한대서야, 움츠러드는 내 손을
마음이 끌고 가 볼비빔을 하는
능수야 버들 휘늘어진 가지
담장 너머 저 환한 꽃
잡지도 못하고 봄날이 가네.
(그림 : 한순애 화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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