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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성선경 - 제미(祭米)
    시(詩)/성선경 2017. 7. 5. 10:53

     

    참 우리 동네는 재미나는 도깨비만큼이나 참 많은 신들도 함께 살아서

    사람 반 신명 반 어울려 살았는데요

    그래서 늘 밥 한 술만 떠도 고씨례 고씨례 하고 신명 대접을 했는데요

    무슨 무슨 날이다 하면 한 상 잘 차려서

    터주대감 조왕신 정랑신까지 골고루 찾곤했는데요

    그 중 내가 제일 좋아하던 날이 제미를 하던 말이었는데요

    쌀신명 대접한다고 흰 쌀밥에 칼치국에 나물 한 대접을 놓고 먼저 절을 두 번하고

    손을 싹싹 빌면서 할머니께서 무어라 무어라 주문을 외면

    나는 아무런 의미도 모르면서 분수처럼 마구 흥이 솟지 않았겠어요

    제사가 끝나면 쌀밥에 칼치국을 아주 소원처럼 먹을 욕심으로

    나도 할머니 따라 싹싹 빌곤 하지 않았겠어요

    그러고 며칠 지나지도 않아서 마음이나 속이 허한 나이면 봄도 여름도 없이

    할매 우리 또 언제 제미하노 묻곤 하지 않았겠어요

    그러면 할머니는 그래 그래 좀 있다가 그러면 금방 참 시원한 칼치국물이 목을 타고 시원히 내려가곤 하지 않았겠어요

    참 쌀밥 한 그릇에도 천지신명을 다 담았던 키가 작아 더 커 보였던 할머니.

    제미(祭米) : 젯메쌀. 제사 올릴 을 지으려고 마련한

    (그림 : 김봉준 화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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