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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선경 - 쭈글쭈글한 길시(詩)/성선경 2017. 3. 16. 11:37
봉급날 라면 한 상자 샀다.
갑자기 부자다.
배고픈 사자같이 생긴 상자를 북
찢는데 상자 골판지가 쭈글쭈글 주름졌다.
늙은 살같이 주름진 것은 다 고달프다.
골판지는
쭈글쭈글한 할머니 손으로 모은
신문지 등 폐지로 만든다는데
생의 끝도 주름졌다. 파란만장
현생이 주름지면 다음 생도 주름질까?
냄비에 물을 올려놓고
라면 한 봉지를 척 끓이는데
꼬불꼬불 주름졌다.
나는 후루룩 후루룩 주름살을 마셨다.
아마 내 살도 이미 주름으로 채워졌으리라.
마흔 일곱이 벌써 고달프다.(그림 : 변응경 화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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