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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선경 - 포장마차여 영원하라시(詩)/성선경 2016. 12. 4. 15:18
애인(愛人)과 냄비우동을 위하여
단돈 천 원의 넉넉함을 위하여
포장마차여 영원하라
찬바람이 잦은 우리의 겨울
저 바람막이의 오뎅국물을 봐라
낯선 만남이 있어 술잔을 나누어도
손 흔들면 쉽게 잊히는 안온함
김밥처럼 말려가는 세상에서
얼마나 넉넉한 나라냐
삼백 원 우동의 따뜻한 새참에
후루룩후루룩 국물을 들이키면
첫눈이 논다 펄펄 김을 날리며
애인은 흰 가락으로 흩어져
늘 내 알 수 없는 그리움으로 휘감아 오나니
자주자주 술병으로 쓰러지는 젊은 날의 봄꿈에도
소주 한병이면 넉넉한
포장마차여 영원하라
단 한 번의 평등한 건배와
그 취기로운 자유를 위하여
애인과 냄비우동을 위하여(그림 : 김종언 화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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